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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7.11 23:43






니트가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은재를 데리고 홍대에 나가 잠깐 탑스타 놀이(모두가 은재를 보고 꺄악꺄악 소리를 질렀지)를 하고 목포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많이 걱정했는데, 은재는 보채지도 않고 심지어 경차가 고속도로와 맞물리면서 발생시키는 진동에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두 달이 넘게 지났다. 은재는 만족하고 있는데 나는 만족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많다. 예컨데 차를 좀 큰 것으로 바꾸고 싶다. 방법이 없을까. 


없다.


에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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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7.02 23:19

여러 잡다하고 의아스러운 일을 뒤로 하고, 월요일에는 은재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한동안 서울삼성병원에는 아내와 은재만 보냈다. 다니던 회사에 무한정 휴가를 낼 수 없기도 하고, 한번 병원에 가면 간단한 진찰이라도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같이 가기로 했다. 아내도 홀로 불러 타는 콜택시가 조금은 지겨워졌을 것이다. 콜택시 요금은 많이 나오면 3만원도 나오는데, 보통 2만 5천원, 가장 적을 때는 2만 2천원 나온 모양이다. 은재의 콜을 받은 기사님은 그날 낼 사납금의 상당량을 아침에 충당했으니,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모두 친절하셨다고 한다. 출근길에 올림픽대로를 뚫고 행신동에서 일원동까지 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것보다, 타인의 행선지를 따라 수많은 출발과 도착을 거듭해야 하는 일 자체가 고행일 수도 있겠다. 출발 한번에 도착 한번. 그런 인생이면 심플하고 좋을 텐데. 근데 그럴리 없다. 


초음파 검사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담당 교수님은 늘 안 좋은 상황을 먼저 이야기했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두라고 당부한다. 그래도 교수가 직접 초음파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는 자세만으로 어느 정도 맘이 놓였다. 이럴 때 필요한 사람은 온정과 희망을 덕목으로 한 문장가가 아니라 객관성과 책임감을 가진 전문가다. 심방중격은 자라면서 막힐 가능성이 크다고 했는데, 은재는 되려 그것이 더 커진 모양이다. 심장 판막에도 미세한 문제가 있다고 한다. 당장 생활에 불편은 없다고 한다. 생활에 불편이 없어보이는 것이, 은재는 오늘도 하계올림픽 기계체조 선수처럼 뒤집기에 열심이었다. 많이 옹알이하고, 많이 웃는다. 그러나 어쨌든 은재의 심장은 다운증후군의 불러일으키는 소소한(?) 기형을 안고 있으며, 치료를 요한다. 다행히 모두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니. 나는 이를 행운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폐동맥고혈압은 없던 일이 되었기에 나는 그것의 기쁨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치료가 된다면 수술은 언제든 좋다. 하지만 늘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삶은, 우리 가족에게나 아이 본인에게나 최대한 피하고 싶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니, 그걸로 되었다. 저번 수술도 그때 태어난지 7주였던 은재가 잘 이겨주었고, 아마도 6개월 후에 하게될지도 모르는 수술도 그럴 것이다. 수술 한번에 건강 한번. 출발 한번에 도착 한번이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그렇지 않아도 더 좋아. 같이 준비하다가, 같이 비저소리를 듣고, 같이 달리자. 도착 시간이야 어쨌든, 완주만 하면 되니까. 누구든 이길 수밖에 없는 레이스에 우리는 돌입했어 은재야. 


오는 길은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내는 심장수술 이야기에 약간 풀이 죽어 있었다. 집에 아내와 은재를 내려주고 다시 회사로 가는 길,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며 나는 살짝 졸았다. 다음 신호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다. 언제나, 매 시간 다시 출발이다. 졸아선 큰일이지. 그러니까 이제 그만. 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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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6.25 23:41



나는 맥주를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방금 소중한 사람이 집에 다녀갔다. 은재는 조금 낯을 가리는 것 같았다. 방금까지 서럽게 울다가, 다시 웃다가, 그랬다.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악기 ‘마림바’가 나오는 부분에서 격하게 웃는다. 마림바를 사야 하나? 아직 둘 곳이 없다. 블로그 포스팅을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벌써 방치 모드. 그러면 곤란하지. 아이는 쉬지 않고 자란다. 시간을 가장 정확하게 증명하는 건 은재다. 하나씩 둘씩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저번 주에는 정릉에 있는 다운복지관에 다녀왔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예정 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하게 되었다. 은재는 차를 잘 타는 아이, 앞뒤로 꽉 막힌 출근길은 처음이었지만 그것조차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경차가 주는 진동에 몸을 맡기고 새근새근 졸았다. 복지관에 계신 분들은 모두 친절했다. 다운증후군 분들이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어떤 분이 밀걸레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먼저 인사를 해왔다. 나는 최대한 말끔하게 안녕하세요, 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복도에 아이를 안고 앉았었다. 다운증후군 소년 소녀들이 무슨 수업을 받으러 오는 것 같았다. 남자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며 지나가고, 어린 여자 아이는 은재를 보며 수줍게 웃어주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다운복지관 첫 상담은 천사둥이를 맞이하여 첫걸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대부분은 여러 경로로 얻은 정보들이었지만, 인터넷의 익명이 아닌 전문가의 육성으로 들으니 비로소 실감이 왔다. 어린이집도 알아봐야 하고, 재활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도 단계적으로 밟아야 한다. 보바스, 보이타 치료라는 걸 배웠다. 집에서 조금씩 하고 있다. 나중에 시간이 나면 동영상이든, 사진이든 찍어서 포스팅할 계획. 그곳에서 들은 반가운 말은 “최근 들른 아이 중에 가장 발달이 좋다”는 치료 선생님의 전언이었다. 기뻤다. 집에 오는 길은 플로리다의 해변고속도로(물론 가본 적 없다)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무언가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모든 부모의 심정은 저와 비슷해지겠지. 나는 시험에 100점을 받고 전교 1등을 한 아이를 둔 부모가 되어 본다. 잘 했다. 내 딸. 너는 저 아이보다 월등하구나. 


시간이 지나 지금 맥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우리는 아이를 통한 대리경쟁을 즐긴다. 천사둥이를 갖고 나서, 누군가와 경쟁시킬 일 없이, 그저 예뻐하기만 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운증후군 어린이 카페에 가입하고, 많은 경우의 수를 검색하며 확인하면서, 우리 아이가 그 중에 나은 편이라는 다행스러운 사실을 확인하고 기뻐하는 나를 본다. 그게 왜 기쁘지? 기쁜 것이 당연하지만 한편, 기뻐하는 일을 무겁게 점검하는 것이다. 나는 은재에게 어떤 기대를 소유해서는 안 된다. 기대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증명을 위해서는 반성이 필수적임도 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야 한다. 아이는 잘 해주고 있다. 잘 해주어서 예쁜 게 아니라, 예쁜 와중에 더구나 잘 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특하다. 기특한 와중에 잘 해주고 있어서.


오늘은 100일 촬영을 갔다가, 재촬영 날짜만 잡고 다시 집에 왔다. 예쁘게 촬영할 거라는 기대감은 또 산산히 부서져, 여름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100일 촬영 실패담은 다시 포스팅하겠다. 맥주를 마시며 너무 긴 글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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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6.16 00:41

목욕을 좋아하는 은재가 며칠 목욕을 못하게 되었다. 목욕을 시키다가 실수로 샤워기의 뜨거운 물이 아이의 몸에 닿아버린 것이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으나, 발목에 손톱만한 기포가 생겼다. 2도 화상. 아이는 물에 몸이 닿아 좋아 웃다가, 별안간 닥쳐온 통증에 자지러지게 울었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옆에서 아이 엄마는 따라 울었다. 급하게 차가운 물로 화기를 가라앉혔으나, 아이의 울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응급실까지 갔다. 

일전에 손가락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 전대 상대 뒤에 허름하지만 맛이 좋은 곱창집이었다. 많이 아팠다. 나는 시워한 소주에 손가락을 담궈놓고, 다른 손으로 내장과 알콜을 계속 입에 가져갔던 것 같다. 그러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정말 아팠다. 기포가 생겼고, 며칠 고생한 기억이 난다. 하루밤이 지난 토요일 아침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흉터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엄살도 없는 걸까. 오늘 하루 생글생글 잘 놀았다. 

신생아 안전 사고는 거의 집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조심해야겠다. 미안, 미안해 은재야. 많이 아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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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6.09 01:28

바야흐로 샤워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난 씻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귀찮다고 느끼는 편이었다. 부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성향의 인간이 많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여름이면 어쩔 수 없다. 흐르는 물에 땀을 씻어내는 것이, 귀찮음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쾌적함을 가져다 주니까. 내 특유의 귀차니즘은 은재가 태어나고 많이 완화되었다. 이것이 부모 노릇이라는 걸까? 어렸을 때 늘 궁금했다. 우리 엄마는 왜 저렇게 부지런한 걸까!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돈도 벌어오며 심지어 책도 읽고 시도 습작했었다(당시 어머니의 시를 난 어렴풋 기억하고 있다. 시 중에 '노스탤지어'라는 단어가 있어서 그 뜻을 물어봤던 것이다). 

이제 나는 총각 때와는 많이 달라져서, 집에 들어오면 손부터 씻고, 옷을 갈아입고 꼬박꼬박 도시락을 꺼내 설거지도 하고, 애기랑 놀아주고 막 그런다. 달라졌나? 모르겠다.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패턴에 진입한 걸지도 모르지. 

내가 부지런해졌다고 자랑하고자함은 아니다. 뭐 딱히 바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아이 낳고 키우는 게 그렇게까지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 아이가 태어남은, 내가 다시 태어남의 다른 이름이다. 리셋되는 인생. 누구나 꿈꾸지 않은가. 물론 이 모든 건 남자의 입장이다. 여자들이 겪는 심원의 고통과 환희, 고난과 행복을 남자는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은재는 목욕을 매우, 좋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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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5.29 23:57



요 며칠 메세나폴리스에 출근했다. 지하 대형마트와 1~2층 아케이드에 유아용품 점이 그럴듯하다. 물론 그 이유보다는, 내가 원래 쇼핑 공간을 좋아한다. 미츠코시 백화점을 찾아가던 이상처럼...은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처럼 말이다. 

<은재 고모와, 은재 엄마... 그리고 조금은 외로운 표정의 은재>


작년 선거 국면에서 합정 홈플러스는 여럿의 입방아에 올랐는데, 내 입도 그 중 하나였다. 자가용으로 불과 10분 정도 거리에 같은 업체의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근처에는 지역 재래시장이 있다. 시장 상인은 물론 입점 반대. 내가 찍은 야당 국회위원도 반대, 내가 지지한 대통령 후보도 반대했다. 구청장도 반대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홈플러스는 번듯하게 입점했고 난 어제 거기서 분유와 아이 턱받이를 샀다. 

선거 이후로 피식피식 잘 웃는다. 벌써 여름인데... 생활의 실천이 안 되니, 이제 입으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굴러가는 강고함의 가장자리에라도 한자리 걸치고 싶은 심정이다. 걍팍한 세상에 지처 얄팍해졌다. 

어젠 아이의 100일이었는데, 뒤집기를 시전했다. 외출을 위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지구에 배를 깔고, 우주에 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작은 몸을 뒤집기 위해 며칠을 낑낑거리더니, 드디어 해냈다. 조금 장했다. 천사둥이는 뭐든 느리다고 하더니, 심장 수술 이후로는 늦는 것도 모르겠고, 그냥 보통 아이 같다. 그래서 기대하다가 그 기대가 무너질 날, 누군가를 또 원망할까봐 스스로를 단속 중이다. 

대형마트에 다니면서 허허실실 단속하기. 

곰곰 생각하니,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하라. 안정된 직장을 가져라.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라...같은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참말 좋다. 아직 내 삶의 사이클은 위의 헛된 요구사항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나도 뒤집어야겠다. 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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