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샤워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난 씻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귀찮다고 느끼는 편이었다. 부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같은 성향의 인간이 많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여름이면 어쩔 수 없다. 흐르는 물에 땀을 씻어내는 것이, 귀찮음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쾌적함을 가져다 주니까. 내 특유의 귀차니즘은 은재가 태어나고 많이 완화되었다. 이것이 부모 노릇이라는 걸까? 어렸을 때 늘 궁금했다. 우리 엄마는 왜 저렇게 부지런한 걸까! 밥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돈도 벌어오며 심지어 책도 읽고 시도 습작했었다(당시 어머니의 시를 난 어렴풋 기억하고 있다. 시 중에 '노스탤지어'라는 단어가 있어서 그 뜻을 물어봤던 것이다). 

이제 나는 총각 때와는 많이 달라져서, 집에 들어오면 손부터 씻고, 옷을 갈아입고 꼬박꼬박 도시락을 꺼내 설거지도 하고, 애기랑 놀아주고 막 그런다. 달라졌나? 모르겠다.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패턴에 진입한 걸지도 모르지. 

내가 부지런해졌다고 자랑하고자함은 아니다. 뭐 딱히 바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아이 낳고 키우는 게 그렇게까지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 아이가 태어남은, 내가 다시 태어남의 다른 이름이다. 리셋되는 인생. 누구나 꿈꾸지 않은가. 물론 이 모든 건 남자의 입장이다. 여자들이 겪는 심원의 고통과 환희, 고난과 행복을 남자는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은재는 목욕을 매우, 좋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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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5.2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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