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메세나폴리스에 출근했다. 지하 대형마트와 1~2층 아케이드에 유아용품 점이 그럴듯하다. 물론 그 이유보다는, 내가 원래 쇼핑 공간을 좋아한다. 미츠코시 백화점을 찾아가던 이상처럼...은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처럼 말이다. 

<은재 고모와, 은재 엄마... 그리고 조금은 외로운 표정의 은재>


작년 선거 국면에서 합정 홈플러스는 여럿의 입방아에 올랐는데, 내 입도 그 중 하나였다. 자가용으로 불과 10분 정도 거리에 같은 업체의 대형마트가 자리하고, 근처에는 지역 재래시장이 있다. 시장 상인은 물론 입점 반대. 내가 찍은 야당 국회위원도 반대, 내가 지지한 대통령 후보도 반대했다. 구청장도 반대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홈플러스는 번듯하게 입점했고 난 어제 거기서 분유와 아이 턱받이를 샀다. 

선거 이후로 피식피식 잘 웃는다. 벌써 여름인데... 생활의 실천이 안 되니, 이제 입으로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가 굴러가는 강고함의 가장자리에라도 한자리 걸치고 싶은 심정이다. 걍팍한 세상에 지처 얄팍해졌다. 

어젠 아이의 100일이었는데, 뒤집기를 시전했다. 외출을 위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아이가 지구에 배를 깔고, 우주에 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작은 몸을 뒤집기 위해 며칠을 낑낑거리더니, 드디어 해냈다. 조금 장했다. 천사둥이는 뭐든 느리다고 하더니, 심장 수술 이후로는 늦는 것도 모르겠고, 그냥 보통 아이 같다. 그래서 기대하다가 그 기대가 무너질 날, 누군가를 또 원망할까봐 스스로를 단속 중이다. 

대형마트에 다니면서 허허실실 단속하기. 

곰곰 생각하니,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하라. 안정된 직장을 가져라.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라...같은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참말 좋다. 아직 내 삶의 사이클은 위의 헛된 요구사항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나도 뒤집어야겠다. 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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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5.26 23:50
  • 장수진 2013.05.27 23:53 ADDR EDIT/DEL REPLY

    재밌어요, 음... 작은 물고기가 옆으로 제 몸 만큼의 파도를 일으키는, 몸과 곁이 동시에 다정해지는 글 ...^^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