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절한 속도

 

클라우디아는 아주 강한 아이예요.”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신경을 좀 써주려고 해요. 왜냐하면 이번 일은 예사로운 일이 아닌데다……

-산드로 베로네시 조용한 혼돈

 

 

운전하다 실수로 속도를 위반하면 벌금통지서가 집으로 날아든다. 거기엔 선명한 사진도 함께 있다. 운전하는 사람의 상반신과, 차량 번호판이 보이고, 운전석 옆자리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가려주는 센스도 그들은 잊지 않는다. 내가 몇 번 걸려봐서 아는데, 벌금 낼 때 정말 돈 아깝다. 빨리 달려봐야 도착 시간은 3분도 채 단축되지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왜 거기서 가속 페달을 밟았던가!

 

그녀가 몸의 이상을 알려왔을 때, 남자는 갑자기 시계 초침이 엄청나게 빠르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기뻤다. 우리 둘은 원래 결혼할 사이였고, 악독한 계절을 모두 보낸 후에 본격적으로 날을 잡기로 하였으나, 그 악독한 계절에 들어서자마자 애가 같이 들어섰을 뿐(이라는 변명을 누가 구구절절 들어주고 있겠는가?). 사내는 하루 정도 누운 상태로 계속 발차기를 했다. , 좀 빨랐다. 그래 좀 빨랐구나.

그 사내가 나다.

컴퓨터를 켜면 으레 연예 뉴스를 뒤지고는 하는데, 꼭 한 달에 한 커플은 결혼 발표를 했다. 기자들이 물어본다. 혹시 속도위반 아닙니까? 웃으며 대답한다. 절대 아닙니다. 사람을 어떻게 보고…… 혹은 당황하며 말한다. 4개월입니다. 아이가 있어 더 행복해요. 다행히 내게 그런 하찮은 질문을 던질 기자는 없겠지만, 괜히 미안하고 민망한 것도 사실이었다. 누가 물어보면 대답해야 한다. 4개월이에요. 아이가 있어……

하지만 곧 세상에 나올 생명 하나를 두고 속도를 위반했네, 신호를 무시했네, 수군거리는 것은 심히 사나운 인심이 아닌가. 타인의 생활을 놓고 도로교통법에 의거하여 딱지를 붙이는 꼴이라니. 그러나 저러나 아이는 아이 나름의 속도와 박자에 맞춰 세상에 나올 준비를 다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누가 무엇을 위반하고 어긴 걸까.

아이에게 땅콩이라는 태명을 붙여주었다. 초음파 사진 속, 땅콩처럼 생긴 물체가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를 냈다. 땅콩 같아. 땅콩? 응 땅콩.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입안에서 세상으로 터져나간다. 콜라처럼 톡톡 튀는 소리다. 땅콩. 땅콩, , .

속도가 없는 나라를 상상한다. 모두가 제 속도를 날 때부터 가진 도시를 그린다. 그 속도가 서로 부딪히지 않아 따로 속도를 잴 필요가 없는 마을을 떠올린다. ‘땅콩이는 그곳에서 생겨났다고, 그래서 우리 모두 위반한 것도 없고, 핑계될 것도 없으며, 그러므로 더구나 후회할 일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딱지 붙이지 마시라. 삶의 속도는 누구에게나 정당하다. 우리는 모두 이곳에서 저곳으로, 각자 온당한 결승점으로, 빠르게 또한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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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nnnn 2013.07.13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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